----------------13편--------------
쉭~!
챔질과 동시에 돌에 걸린듯 그무엇인가가 나를 당기고 있었다.
아까의 실수를 만회 하려고, 안간힘을 써서 그놈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옆에 일본인은 '스고이 스고이~' 를 연신 외치며 나의 모습에 시선을 떼지 않았다.
초리대는 하늘에서 바다로 자꾸만 들어 가려 했다.
앉았다 일어섯다를 반복 하며 그놈을 달래기 시작 했다.
하지만 그놈이 어디 쉽사리 얼굴을 보여줄 놈인가?
낚시대에서는 늦겨울 문풍지에서 바람우는 소리가 들리어 왔다.
피~~잉~~핑핑~~
드랙이 조금씩 나가고 있음을 느끼고, 난 그것을 다시 감아 들이기를 반복 했다.
그러길 5분 정도
녀석은 힘이 빠졌는지, 주둥이를 물밖으로 내밀고 거품을 토해내고 있었다.
바늘은 입술 언저리에 걸려 있었다.
먹이를 조심 스럽게 먹었다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나의 견제가 아직 미숙 하다는 말인가?
아니면 일본 고기들은 견제 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여러 생각들을 하면서 뜰채를 대고 담겨 있는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거무티티한 노성어 였다.
빵이 좋아. 묵직하게 그 위용을 자랑 하고 있었다.
마라톤을 끝낸 선수 처럼 녀석은 헐떡이고 있었다.
나 역시도 마찬 가지 였다.
저쪽에 선배도 나를 보면서 엄지 손가락을 번쩍 들어 주었다.
바로 중량 체크에 들어 갔다.
2.8kg 이 나왔다.
길이는 55센티 정도 ..
보통 55센티면 2.5kg 정도 이지만 이놈들은 뭘 먹었는지, 대단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무게정도 되는것이다.
대마도 와서 첫고기는 터트리고 두번째 고기는 55센티라니
대마도 아소만의 고기들은 5자만 있다는 것인가?
가슴이 떨려 왔다.
하긴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그 덩치 들은 덩치에 맞게 어울려 다닌다는것이 맞는말 같다.
시합이고 뭐고 간에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히려 담배를 하나 물었다.
시합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었지만, 마음을 가라 앉고 평온을 찾기에는 담배 만한것이 없었다.
큰 시합이 몇번 경험이 없었던 나에게는 누구의 눈치를 봐가면서 시합에 열중을 할수가 없었다.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꽁초는 주머니에 넣었다.
여기 저기서 챔질 하는 소리가 나를 쫓아 오는 맹수의 소리와도 같았다.
난 그 맹수들의 추격에서 멀어져 가야만 했다.
밑밥을 서너주걱 포인트에 뿌리고 뒷줄 견제에 다시 들어 갔다.
지금 이곳 아소만에서는 뒷줄견제가 없다면 고기를 못잡는다고 봐야 한다.
그간 한국에서 일본 낚시에 대해서 공부한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겔러리들의 환호성과 어수선 한 분위기가 계속 되다가도
어쩔땐 긴장감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뒷사람들의 분위기를 뒤로 한체 나름데로의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이기면 상금은 둘째 치고 라도, 돈과는 바꿀수 없는 명예가 따라온다.
낚시가 취미지만 지금은 취미가 아닌것이다.
처절한 싸움판인것이다.
그것도 일본인들과 하는 싸움인것이다.
낚시대는 검이다. 검을 가지고 여러 검객들과 안보이는 혈투를 벌이고 있는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해져 온다.
우리편은 3명 상대방 편은 5명이다.
온 신경을 찌에 둔체, 집중을 하고 있었고, 나 뿐이 아니라 여러 검객들도 나와 같이 찌에
시선을 고정 시키고 있음은 물론 이었다.
그중에 유독 한명 튀는 사람이 있다면,
사사끼 였다.
그는 카메라가 오면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여유를 보여 주었다.
그러다가도 입질이 오면, 냉철한 사람 처럼 이내 표정이 바뀌며, 고기를 끌어 내었다.
일본인들의 근성이랄까?
좋다 배울것은 배우고 버리고 갈것은 버리고 가자..
나또한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선배도 백종구도 마찬가지 일것 이다.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서 오게 된것인가?
등수 안에 들지 못하더라도 뭔가는 배워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옆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오야마 요시야키 였다. 첫 입질이며 첫고기 였던 것이다.
여지것 한번도 웃지 않았던 그가 50 이 넘는 감성돔 한마리를 뜰체 안에 넣고는 카메라를 향해서
빙긋이 웃어 보였다.
감성돔은 우리에게 웃음과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고기임에는 틀림없다.
경기는 중반전에 무르익었다.
큰 조명판의 섬광과 셔터 소리가 낚시를 방해 하였지만 밉지는 않았다.
까만 갯바위에 초록빛 나무가지들이 닿을듯 말듯 주렁 주렁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저쪽에서는 진주 양식장 배에 인부가 우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는 이내 자기 할일을 하였다.
시합만 아니라면 한가로운 어촌의 풍경일뿐이었다.
하지만 그 한가로움을 시합으로 인해서 깨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진주 양식장의 인부에게 미안한감이 들었다.
한국에 감독관으로 온 김명환 씨가 나에게로 다가 온다.
'참님~ 지금 참님이 7등입니다. 다들 고기 두마리식 했구요. 하시모도도 지금 꽝입니다.
한마리 더 잡아 보이소~ 그럼 우찌 될지 모릅니다.'
-아 그래요? 그럼 저랑 같이 온 선배님은요? 선배님은 어찌 되었나요?
'아 그분은 등수안에는 들것 같네요. 고기가 앞으로 누가 얼만큼을 잡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등수권 안입니다. 참님도 분발 하세요. 우리 한국이 3개 다 가져 갑시다.'
-네 그래야죠~
한국에서 3개를 다 가져간다는 말에 괜히 기쁨이 넘쳐 나고 있었다.
꼭 그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그렇게 된다면 정말 기쁨의 눈물까지도 흘릴수 있는 것이다.
자리 이동이 몇번 있었다.
아직 난 한마리에 그쳤다. 하지만 대물을 한마리 한다면 일등까지도 엿볼수 있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
다시 또 캐스팅 ...
밑밥을 좀 많이 주고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 하였다.
뒷줄을 견재 하고 있는데..
첫번째 입질과 같은 입질이 왔다.
느물 느물 찌가 들어 가는것을 보고는 있는 힘을 다해서 챔질을 했다.
쉬~ 익~~
핑핑핑~~~~
-왔다~!!!!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치고 말았다.
소리친것이 민망해 순간 얼굴이 빨개짐을 느꼇다.
역시나 대물 이었다.
이 고기가 나를 등수 안에 들도록 해줄것인가?
힘겨루기에 들어 갔다.
드랙을 많이 놔준다면 분명히 목줄이 쓸려서 터질것이 분명 했다.
목줄은 1.75호 줄이지만 마음을 놓아 서는 안된다.
목줄이 쓸려서 터진다면 낭패를 볼일이다.
그놈과 나는 체육대회 마지막 휘날레인 줄다리기를 하는것 처럼 팽팽하게 버팅기고 있었다.
내 몸으로 드랙을 주었다.
고기가 가는 방향으로 팔과 내 온몸을 이용 하여 컨트롤을 하였다.
카메라 후레쉬가 펑펑 터지고, 옆에서 일본말들이 들려 왔다.
그 말중에는 한국말도 섞여 있음을 확인 할수 있었다.
정신이 없었다.
그냥 펄썩 주저 앉고만 싶었다.
아직 여름은 아니지만 봄 햇살의 기운 때문에 난 땀을 흥건하게 흘리고 있었다.
중간에 낚시대가 팔꿈치에서 겨드랑이 사이로 미끄러져 버렸다.
깜작 놀랐지만 고기는 그대로 걸려 있었다.
그녀석은 목슴을 담보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난 명예를 위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놈이 나보다는 유리한 상황이다.
미물이지만 그놈은 생명을 걸고, 힘을 쓰는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서..
몇분이 지나고 승리의 여신은 나의 손을 들어 주었다.
까만 갯바위에 그놈이 벌러덩 누워 있었다.
겔러리들의 박수 소리가 너무도 듣기 좋았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 보며 인사를 하였다.
대회 초짜의 행동이라고 보아도 좋았다.
아까 그 크기 정도의 감성돔 이었다.
그렇다면 중량은 얼마나 될까?
일단 5kg 이상은 해놓은 것이다.
대회가 끝나기전에 또 다시 더 큰 대물을 한마리정도 더 한다면 일등을 할수도 있다.
일등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벅찬가슴을 어찌 할바를 몰랐다.
상상이라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진짜 일등을 한다면 심장마비 라도 걸릴것 같았다.
다른 선수들 역시 고기를 잡아 올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터지는 선수들도 종종 보였다.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아침녁에는 작은 벵에돔이 종종 보이더니 이제는 완전히 감성돔 판이 었다.
물면 대물이 올라온다. 꿈에 낚시터 였다.
이런곳이 한국에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낚시터는 우리 낚시꾼들이 만들어 가야할 숙제 이다.
불법어업을 막고, 갯바위를 한층더 깨끗하게 가꾼다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요즘 부산 다대포에선 일주일에 한번씩 업주들이 영업을 뒤로 한체 선장님들과 아울러서
갯바위 청소를 하고 있다.
참으로 보기 좋은 일이다.
그와 같이 다른곳에서도 갯바위를 깨끗이 하여야 하며, 불법 어업을 막아야 만이
대마도와 같은 갯바위들이 늘어 날 것이라는 것이다.
나만이 그런 생각을 하는것은 아닐것이다.
모든 낚시인들의 꿈일것이다.
아니~ 실현이 충분히 되는 일이다. 꼭 그렇게 믿고 싶다.
이제 대회는 종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궁금증이 나를 짖누르고 있었다.
선배와의 거리는 20미터 정도.
가서 물어 볼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 볼수도 없는 상황 이었다.
호기심이 남들 보다 많은 나는 참을수 없는 고통 아닌 고통 이었다.
선배는 어찌 되었을까? 백종구는 그리고 다른 일본 선수들은 ??
너무도 궁금 했다.
앞으로 1시간이 조금 넘으면 다 알게 될 일이지만, 궁금 한것은 참을수가 없었다.
난 이곳 저곳을 둘러 보기 시작 했다.
혹시 무슨 정보라도 얻을수 있나 하며 두리번 거렷지만, 알아 듣지도 못하는 일본말만 들리고 있었다.
그 들은 이 선수 저선수를 손가락질을 하면서 뭔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가 다 들린다고 해도, 무슨 말인지를 알아 들을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입질이 뜸해 졌다.
이제는 시상만 기다려야 하는것인가?
내가 알기로는 다들 두마리 이상씩은 잡아 놓은 상태 였다.
오야마 요시야키 는 한마리 정도 라고 알고는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턱거리로 두마리를 포획을 하여 놓은 상태.
일단은 안심 이었다.
겔러리들의 수근 거림도 계속 커져만 갔다.
입질은 딱 끊긴 상태 였고, 그들도 시합을 봐 온지라
자기들만의 판단으로 누가 일등을 했거니, 누가 이등을 했거니 하고 떠드는것 같았다.
시합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낚시대를 접으며 마음의 중압감을 덜어 낼수가 있었다.
이제 끝난 것이다.
결과만이 나를 기다려 줄 뿐이 었다.
타고 나왔던 그 빠른 배를 타고 다시 대마도 본섬으로 나오게 되었다.
배들이 작아서 몇척에 배에 다 나누어 타고 돌아 온지라, 선배를 만나지 못했다.
고시 결과를 앞둔 고시생이라고 해야 맞을것이다.
입안이 바짝 바짝 마르고 있었다. 바닷물이라도 퍼 마셔버리고만 싶었다.
일본을 누른것일까?
아니면 그냥 손맛만 보고 돌아 가야만 하는것일까?
선착장에는 행사 준비를 다 맞치고 여러 사람들이 우리들을 반겨 주었다.
갯바위에 나갔던 사람들과는 달리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선배와 난 다시 만날수있었다. 백종구 역시도 마찬 가지 였다.
선배를 보자 마자 선배 옆으로 뛰어 갔다.
-어떻게 됐어요?
'어 세마리 했는데, 모르겠다. 두마리는 5짜 한마리는 4짜.
두마리로 결과를 본다고 하니, 일단 다른 놈들이 6짜만 잡은놈이 없다면 등수안에는 들것 같다.'
-선배님 나도 5짜 두마리 했어요 55 정도 되는것으로요.
난 선배에게 한마리가 더 크다는 말을 순간 하지 못했다.
선배의 고기 크기를 아직도 가늠하지 못했기에 함부로 말을 할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아 글나? 그럼 니도 잘하면 등수 안에 들겠다. 근데 일본 놈들이 뭘 얼마나 잡았는지를 모르니 기다릴수 밖에..'
-아 떨리네요, 백종구는 어떻게 됐데요?
'그건 내도 모른다. 가서 물어 보그라'
선배의 말을 듣고는 백종구에게 다가가다가는 멈춰 섯다.
만약에 백종구가 큰놈을 잡았다면 별문제가 안되지만
성적이 별로 라면 물어 보는 자체가 실례가 되는것이기 때문이다.
대회측에서 성적을 내는 동안 대회행사가 치루어 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말인가?
대표자 인삿말이 있을때쯤 선배와 난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대표자라고 나온 일본인은 부산 광안리 회집에서 벵에돔을 나누어 먹던 노신사 가 아닌가?
선배와난 한동안 말없이 얼굴만 쳐다 보고 있었다.
-------------------------1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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