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사내는 말없이 문을 열고 들어 왔다.
허락 받지 않은 손님은 무언의 도전일것이다.
오전에 같이 낚시를 했던, 그 사내 였다
아깝게 1등을 놓쳤던 그 츄리닝을 입은 말많은 사람.
'아따 낚시 잘 하더구만요~ 밑밥질을 안해서, 거시기 하는줄 알았지요. 흐흐~~'
사내는 능글맞게 웃었다.
다자고짜 사내는
'커피 한잔 해붑시다요~'
하고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어~거시기 나여~ 여기 소원슈퍼 뒷집이네~ 커피 5개 갖고 와라, 그 새로온 애 보내라 잉~'
우린 그저 말없이 그 사내의 하는 행동을 쳐다 볼뿐 이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츄리닝을 입은 그 사내는 말을 이었다.
'아따~ 낚시 한지 십수년만에 외지에서 온사람이 그렇게 낚시 잘 하는 사람은 첨봤네요 잉~'
'아 그래요? 감사 합니다. 그래도 오늘 저 때문에 이등 하셔서 제가 죄송 합니다'
'아따 뭔 말이레요~ 이등 할수도 있고, 꼴등 할수도 있지라~'
사내는 허락도 받지않고 소주병을 병채 나팔을 불며, 회 한점을 손가락으로 무작스럽게 집어 먹고 있었다.
'우리 형님이 동네에서 다방을 하는디요, 이번에 새로온 아가씨가 겁나 이쁘요~ 구경이나 하라고 잉~~ 축하도 할겸 흐흐'
사내의 웃음은 능글 맞았다.
우린 어색하게 마주 앉아서, 시선 둘곳을 찾고 있었다.
'커피요~'
'어~ 아가 여기다~ 들어와부러~ 잉~ 그래, 앉아 그려 그려~~'
그 아가씨 였다.
온바다호를 타고 들어 올때 봤던, 그 아가씨 였다.
역시 그랬다. 그 아가씨는 다방에 일을 하러 섬까지 들어 오게 된것이다.
사내는 뭔가를 말하려는 눈치 였다.
하지만 그냥 와서 말하기는 분위기가 좀 이상해지니, 아가씨를 불러서 분위기를 돌려 보자는 속셈 이었다.
사내의 속셈은 다 들어나 보였다.
내가 말을 먼저 꺼냈다.
-저 뭔 말씀이 있어서 오신것 같은데요. 편하게 이야기 하시죠.
'흐미~~말씀은 조금 있다가 하고요..일단 커피 부터 드쇼~ 우리집 커피가요 추자도에서는 제일 맛있당꼐요'
사내는 능청을떨었다.
'아가~ 커피좀 맛있게 타봐 야~'
-아가씨가 미인 이시네요
그말에 여자는 나를 힐끔 쳐다 보았다.
다방일이 처음인지 그 아가씨의 커피타는 솜씨는 매우 서툴렀다.
손끝은 파르슴 하게 떨리고 있었다.
후배 영호와 선배도 그 아가씨에 자태에 눈을떼지 못하였다.
아름다웠다.
어떤 사연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커피를 다 마시고 그 사내는 입을 열었다.
'어서 오셨시요?'
'네 우린 부산에서 왔어요'
'아따 그래요? 역시 부산 사람들이 낚시는 잘하는구만요~ 그건 지가 알지라~'
우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기분 나쁘지 않은 소리였다.
'근디요. 언제 올라갑니까요?'
'우린 몇일 더 있을 예정입니다.'
'아따 잘 되어 버렸구만요~ 우리 성님이 내일 시합 한번 하자고 하는디, 해볼라요?'
우린 약속이나 한듯이 명식이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명식이는 석고상 처럼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형님 정만이 성님이 얼마를 걸고 하잡띠까?'
명식이가 사내가 들어오고 처음 입을 열었다.
'아따...돈이 중요 하간디? 그냥 실력 한번 겨뤄보자 이거지.. 그란디, 오백 걸고 하잔디~ 괜찬지라~ 부산 양반!
오늘 딴 돈도 있는디, 한번 해봐도 안되것소? 안하면 남자가 아니지라~~ 안그렇소?'
우린 일순간 뭔가가 잘못 되고 있다는것을 느꼈다.
딴 돈을 게어네지 않는 다면 섬을 못나갈것 같은 느낌이 든고 만것이다.
사내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술한잔씩 우리에게 따라 주었다.
'그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이길수 있을것 같은디...한번 해 보쑈~ 우리 성님이 돈을 딸라고 하겠다고, 하것소,
그냥 하면 심심한께 그러지라 안그렇소?'
우린 술잔을 들고 그냥 아무말 없이 사내의 표정만 살피고 있었다.
사내는 재떨이를 집어 들고는, 재떨이에다 한움큼의 침을 뱉았다.
옆에 아가씨는 그 모습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명식이는 담배를 하나 끼워 물고는, 나를 불렀다.
'참이형 잠깐 봐요~'
'아따 어딜 가냐? 여기서 말 해부러~ 명식아~~! 명식아~'
명식이는 츄리닝 사내가 부르는 소리를 뒤로 하고, 쪽문을 열었다.
난 그저 명식이를 따라 나갈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바람이 차가웠다.
명식이는 긴 담배연기를 추자의 밤하늘에 날려 보내며, 나에게 말을 했다.
'형님 저 시끼 형이요. 추자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낚시꾼 입니다.
추자도 요소 요소 포인트 지형은 다 알고 있구요. 대물도 엄청 잡아낸 사람이어라~ 낚시책에도 많이 나왔응께
얼굴 보면 알지도 몰라여라~'
- 음...........
명식이는 계속 이야기를 했다.
'무조건 진다니까요. 오늘 딴돈 저시끼가 다시 가져갈려고 하는 속셈이여요. 선배님 낚시가 보통 실력이 아니니
지네 형을 드리데고 있는거에요~ 안 한다고 그래요. 알겠죠?'
명식이는 나에게 이야기를 마쳤는지 내 어깨를 툭 치고는 담배를 슬리퍼 신은 발로 비벼 껏다.
방에 들어 오니 그 사내는 술을 한잔 하고 있었다.
사내는 명식이에게, 괴상한 눈빛을 보냈다.
선배는 내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러더니 나에게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대뜸 .
'그럼 내일 합니까? 둘이서요?'
사내는 명식이에게 주었던 그 괴상스러운 눈빛을 선배의 한마디에 이내 거두어 들였다.
우리 그소리에 심장이 멈추는줄 알았다.
그럼 선배는 오백만원짜리 낚시 내기를 한다는 소리 인가? 아니 둘이면 천만원이다 천만원.
한마디 우리에게 상의도 없이, 그냥 언제 하냐고 물어 보니, 미칠 노릇 이었다.
상대적으로 밖에서 이야기를 하고온 나와 명식이는 얼굴이 상기 되었다.
'그러지라. 쇠뿔도 당김에 빼랬다구, 내일 봐붑시다.'
'그럼시다 뭐...어차피 없다고 생각하면 되는돈인데, 좋은 경험 한다치고 해보죠 뭐~'
어허 이런 낭패가 있나. 정말 어안이 벙벙 했다.
옆에 있던 영호도 놀란 표정을 감출수 없었다.
빈 커피잔을 앞에 놓은 그 아가씨는 오백만원이라는돈에 그 츄리닝 입은 사내와 선배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보고 있었다.
방에는 어느세 매퀘한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저 가봐도 될까요? '
잔기침을 하면서 커피잔을 치우던 아가씨가 입을 열었다.
'어~ 가야지, 그려 가라 잉~~ 계산은 내 앞으로 달아 놔라 아가 잉~ 흐미 이쁜거~~ 그려 그려`'
아가씨는 종종 걸음으로 갈길을 가 버렸다.
선배의 뜸금없는 소리가 시작 됐다.
'근데요 하나 물어 봅시다. 저 아가씨는 뭐때문에 여기까지 왔대요?
우린 기가 막혔다. 지금 그런 질문을 할때가 아닌데 선배는 거침없이 츄리닝 입은 사내에게 질문 아닌 질문을 했다.
'맘에 드쇼? 아따 보는 눈이 있구만요. 저 가이네가 광주서 왔지라, 사채 쓰고 돈을 못갚아서 여까지 오게 됐지라. 대학생이라고 하두만요, 술집을 가분다고 하두만, 뭔생각이 바뀌었는지 갑자기 다방으로 오겠다고 해서, 우리 성님께 연락을 해나봅니다요. 빗 청산 해주고, 바로 델구 왔지라. 뭐 자기만 열심히 하면 일년안에 안나가겠소~ 나도 좀 짠하요~ 요즘 젊은 것들은돈 무서운줄을 몰라. 그거이 문제요 안그렇소?'
사내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 푹쉬쉬고 잉~ 내일 그 시간에 어제 만났던 곳으로 나오쑈~ 돈은 있지라?
아따 있겠구만 섬에서 워디 돈쓸때가 있겠다고 잉? 하하하하'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고, 사내는 그렇게 획하니 나가 버렸다.
사내는 이곳에 와서 자기 할일을 끝낸것이다.
선배와의 약속을 다시 한번 다짐 받고는 뒤도 안돌아 보고 나가 버렸다.
그 사내가 전화 통화 하는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명식이는 아까 나한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선배에게 말을 했다.
선배는 듣고만 있었다. 고개만 끄덕 이고 있었다.
참으로 옆에서 보는 영호와 나에게는 답답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사실 그 오백으로 난 그동안 갖고 싶었던 릴을 하나 선물로 받게 되었던 것이었다.
다 물거품이 되는 순간 있었다.
- 아따 맘데로 해부쑈~~~잉~~
난 아까 그 사내의 사투리를 흉네 내며 이내 자리에 누워 버렸다.
영호는 선배를 몇번 설득을 하려 했지만, 이왕 하기로 한것 어떻게 번복을 하냐며, 그냥 자리를 마무리 했다.
명식이도 가고, 우리 셋만이 남았다.
우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멀리서는 파도 소리가 내일의 패배를 알려 주기도 하듯이 처량하게 우리의 귓전을 떄리고 있었다.
배는 너울데는 파도를 뚫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나와 선배는 새벽에 그 츄리닝 입은 사내의 형이라는 사람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작년에 추자도에서 66센티의 감성돔을 잡아 낚시계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었다.
츄리닝 사내의 형이라는 사람의 이름 이었다. 김정만....
나도 그리고 선배도 다 아는 이름이었다.
낚시를 어느정도 한다는 사람은 다 한번씩은 들어 본 이름일것 이다.
선배는 어떤 생각이 있는지, 그저 살랑 살랑 웃고만 있었다.
그 웃음의 정체를 난 정녕 모르고 있었다.
선배는 팔짱을 끼고 흔들리는 배뒤에서 몸을 맡기고 있었다.
김정만은 선장과 무슨 이야기인지 배를 타자마자 계속 선장과 이야기 중이었다.
츄리닝의 사내는 조타실에 머리만 드려민체 궁둥이를 실룩거리고 있었다.
우린 상관 하지 않았다.
5시50분이다. 동쪽 하늘에서는 동이 터오고 있었다.
규칙이 조금 틀려 졌다.
시합 하는 사람은 단 둘이고, 뜰채 데는 사람은 각각 한명씩 그리고 한 포인트에서 3시간씩 낚시를 하고 옮기는 것이 었다.
그런데 관건은 물때는 어떤시간에 맞춰서, 낚시를 하느냐가 문제였다.
아마도 분명히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살리리라.
하지만 감안 해야 했다 어쩔수 없었다.
대상어종은 참돔과 감성돔 이었다.
선배는 단 하나 걱정 되는것이 있다고 했다. 돈이 크게 걸린지라 서로 보이는데서 낚시를 한다고 해도,
부정 고기가 나올수도 있다는것이다.
막말로 해녀가 들어가서 고기를 낚시 바늘에 달아 줄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선배님 그래도 저 김정만 이라는 사람이, 사기꾼도 아니구요. 그래도 낚시계에서 이름난 사람인데 그렇게 까지 하겠어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말구요. 혹시 어제 꿈 안꿧어요? 그 참돔... 그 97짜리 참돔 안나왔어요?
'어제 잠 안잤다.'
한마디로 내 말을 끊어 버렸다.
어김없이 새벽은 찾아 오고, 추자도의 바다로 걸음을 옮겼다.
배안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이긴사람이, 먼저 내릴곳을 결정을 하기로 하고, 우리 노린여로 향했다.
노린여는 북쪽과 서쪽 두개의 포인트로 나뉘어지며, 참돔과 감성돔 대물급이 많이 출현 하는 곳이다.
수심은 12미터 정도 이며, 30미터 전방에서 조경지대가 형성되는 곳이기때문에 일급 포인트라고 할수 있다.
규칙은 이러했다.
감성돔은 40이상 참돔은 50이상의 고기를 잡아야, 내기가 형성이 되며
한명이 감성돔.
한명이 참돔을 잡았을 경우에는 감성돔을 15센티 위로 계측을 하기로 했다.
그러니 감성돔을 40짜리를 잡았고 상대방이 참돔을 잡았다면 감성돔은 55센티로 계측을 하는 방법이다.
선배는 그 규칙에 불만이 없었다. 나역시도 괜찬은것 같아 쉽게 이야기는 끝이 났다.
우리 가위바보를 하여서 이겼기때문에, 먼저 자리를 선택할 기회가 생겼다.
그 츄리닝의 사내는 김정만의 귀에 뭐라고 계속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우리와 눈이 마주치면 멋적은듯이 웃음을 던지고는 했다.
'이긴 사람 어디요?'
선장은 노린여 앞에 배를 잠시 멈추고 소리쳤다.
물비늘이 빨리 가고 있었다.
선배는 손가락을 노린여 쪽으로 항하며, 북쪽 포인트를 가르켰다.
선장은 선배를 힐끔 쳐다보고는, 북쪽 포인트로 내리는 선배에게 말을 건냈다.
'이번에 이기면 내 선비 안받으리다. 잘 해보쇼~'
이것이 무슨말인가? 선배가 이기지 못한다는 것 아닌가?
선배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래도 기름값은 드려야죠~~'
하며 밑밥통을 어깨에 메었다.
우린 북쪽 포인트에 내렸고, 김정만은 서쪽으로 가기 위해 선두에 나와 있었다.
배 선두에 서있던 김정만은 우리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잘해보쇼~'
라고 외쳤다.
비아냥 일까? 잘해보라는 말은...
머리속이 어지러웠다.
멀미를 안하는 나인데 섬에 올라오자 멀미가 오기 시작 했다.
선배는 유양 2호대에, 일산 릴 3500번 그리고 그 릴에는 새로나온 원줄 3.5호가 감기어 있었다. 목줄은 일산 3호줄 이었다.
선배는 큰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바다로 케스팅을 했다.
빨간찌가 동동 떠내려 갔다.
마치 바다가 초록빛 잔듸밭 이라면 찌는 그 잔듸밭 위를 스치는며 날리는 백일홍의 꽃잎파리 와도 같았다.
그렇게, 그렇게
빨간 꽃잎파리는 잔듸끝을 스치며 유유히 흘러 가고 있었다.
--------------------------6편에 계속-------------------------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