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감았다, 눈꺼풀이 있는 '꾸구리'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서 항상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불교에서는 항상 깨어 있는 수행자의 자세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데 재밌게도 눈을 떴다 감았다하는 민물고기가 우리나라에 한 종류 살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이름은 생소하지만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꾸구리다.
꾸구리는 특이하게도 눈에 피막이 있어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피막의 크기를 조절한다.
밝은 곳에서는 피막으로 눈을 덮는데, 이때 눈이 I 자 모양으로 가늘게 보인다. 어두운 곳에서는 피막이 가리지 않아서 눈이 둥글다. 그 모습이 고양이 눈과 아주 닮았다.
꾸구리는 몸길이가 10∼13cm로 작다. 몸길이가 태어나서 1년이면 4∼6cm에 이르고, 2년이면 8∼10cm, 3년이면 10cm 이상 자란다.
그러나 13cm를 넘는 것은 거의 없다.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의 몸 옆면에 짙은 갈색 무늬가 3개 있다. 입은 주둥이의 아래쪽에 있으며 아래에서 보면 반원형이다.
입 주변에 4쌍의 수염이 있다. 1쌍은 입가에 있고, 3쌍은 아래턱에 있다.
입수염의 길이는 맨 뒤에 것이 가장 긴데, 눈의 지름보다 길다. 옆줄이 뚜렷이 보이며, 지느러미에는 작은 점들이 줄을 지어 흩어져 있다.
산란기 때, 암컷은 몸이 밝은 갈색을 띠며 수컷은 진한 밤색을 띤다.
꾸구리는 하천의 중류 및 중·상류의 물살이 빠른 여울에서 살아간다.
바닥에 자갈이 층을 이루어 두껍게 깔려 있고 수심이 30cm 이내인 얕은 곳을 좋아하고, 자갈 사이의 공간에 숨어서 무리를 이루어 산다.
2급수 이상의 비교적 맑은 물에서만 살 수 있으며, 하천에 유기물이 퇴적되거나 흔들말 같은 남조류나 해캄 같은 녹조류가 생기면 꾸구리는 사라지게 된다.
남한강이 흐르는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과 점동면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던 꾸구리의 대규모 서식지가 있었다.
그러나 크고 작은 여울을 만나 반짝이던 강물은 4대강 사업으로 이포보와 여주보가 들어서면서 흐름이 멈췄고, 여울이 사라진 뒤로 꾸구리도 자취를 감췄다.
꾸구리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아주 일부 하천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므로 생물학적으로 또 생물자원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
꾸구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리한 하천 정비를 줄이고, 실효성이 없는 보와 댐의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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